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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와 고급

 
제가 아직 부모님과 같이 살던 시절, 어머니는 차를 좋아하셔서 저에게도 종종 차를 맛뵈여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좋은 차라고 말씀하셨고 제가 보기에도 값싸보이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러나 그다지 대단하다고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차맛은 원래 다 이런 것 아닌가... 아니면 난 이런 미묘한 맛을 알 만큼 미식가는 아닌가보다 하며 그냥 마셨었지요.

이후 제가 혼자 살게 되면서 가끔 집에서 차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느날 찻잎을 사러 갔습니다. 어차피 다 비슷비슷한 것들인데 구지 비싼걸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에 150g에 300엔쯤 하는 싸구려 차를 샀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시음해 보고 느낀것은,
"정말 형편없는 맛이다." 였습니다.

내가 차를 제대로 끓일 줄 몰라 그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책도 읽어보고 여러번 반복도 해보면서 첫날 마셨던 맛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형편없는 맛이였습니다. 하지만 전 가난뱅이 근성의 소유자인지라 중간에 버리진 않았고 결국 근성으로 몇개월 걸려서 다 마셨습니다. 그 다음에는 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100g에 7-800엔 정도하는 중간 정도의 차를 사서 마셔봤는데 아주 좋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처음에 샀던 차에 비하면 훨씬 괜찮은 맛이었습니다.

진짜 고급은 값이 싸구려의 수십배, 중급의 수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맛도 수십배 좋은 무슨 천상의 맛이 나는 건 아닙니다. 그래봐야 좀 맛있는 정도이지요. 줄곧 최고급을 경험해보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접해보게 되었을때 상상보다 못한 맛(혹은 품질)에 실망하게 되는 것은 일상 생활속에 종종 있는 일입니다. 그럴때 흔히 고급이라고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급을 접해보고 나서 그전까지 일상적으로 잘 사용해 왔던 싸구려를 다시 접하게 되면 내가 이런 걸 어떻게 지금까지 먹어 (혹은 써) 왔을까 하는 생각, 즉 보통 사람들도 그 질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 될 때가 있지요.


차를 마실때 저는 고급과 싸구려의 차이에 대해 숙고했던 그때의 기억이 종종 떠오르곤 합니다.

by 대나무 | 2008/05/28 23:12 | 想念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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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투덜 at 2008/06/14 17:52
고급의 반대는 저급아닌가요? 하핫.. 괜히 태클걸어보고 싶었구요
그래서.. 지금 내리신 결론은 어떠신가요?? ^^;
Commented by 대나무 at 2008/06/15 01:10
절약도 때가 있다...정도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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